고담시의 야경은 아름답다. 어느 도시보다 화려하고 반짝인다. 그러나 그것은 추악함을 감추기 위한 화려함일 뿐이다. 선이 있으면 악이 있고 질서가 있으면 혼돈이 있다. 마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듯이 말이다. 행복이 있으면 그 뒤는 절망과 슬픔이 온다.


뱃시 언제나 넌 참 날 즐겁게 해


양쪽 입술이 찢어진 남자가 다쳐서 쓰러진 배트맨을 보면서 말한다. 그의 입은 미친 듯이 웃고 있지만 눈은 웃지 않고 있다. 그 모습은 묘하게 일그러진 그의 모습과 일치해 보인다.

남자는 다친 배트맨을 발로 한 번 더 찼다. 배트맨은 그걸 피할 힘조차 존재하지 않는지 맞고 신음만 흘린다. 평소의 그라면 피하고 남았을 공격이고 예측했을 일이지만 현재의 그는 아니다. 그는 망가져버렸다.


... 재미없군, 이게 그 뱃시라니.


남자는 망가진 배트맨을 바라보며 혀를 찬다. 배트맨을 한 번 더 발로 차고 남자는 자신의 할 일을 한다. 남자는 여기를 폭파시킬 예정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유는 없다. 그저 재미있는 불꽃놀이를 감상하고 싶은 뿐이다. 더 이상 배트맨은 재미가 없으니까 자신의 지루함을 달랠 불꽃놀이가 필요했다.


언제나처럼 다시 놀자고 뱃시


그 한마디를 남기고 남자는 사라졌다. 남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30분으로 타이머가 설정되어 있는 폭탄이 남겨져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배트맨을 탈출을 하려고 몸을 움직여본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미친 듯이 힘을 주고 움직이려고 해보지만 미약한 움직임일 뿐이다. 그는 그의 유탈리티 벨트를 바라봤다. 1미터 앞에 조커에게 뺏긴 벨트가 탁자위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배트폰이 들어있었다. 배트맨은 자신의 벨트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기어갔다. 탁자에 도달한 그는 탁자다리를 지팡이 삼아 자신의 벨트를 집었다. 그리고 배트폰이 있는 주머니를 열고 폰을 꺼냈다. 그는 배트폰으로 패밀리와 리그에 구조신호를 보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망설였다. 잠시의 망설임은 지금 그의 몸에겐 독약이었다.   



손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폰은 저 멀리 떨어졌다. 그리고 배트맨은 그것을 바라보다 점차 쓰러졌다. 잠시 후 굉음과 함께 폭탄이 폭발하면서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그 안에 있던 배트맨과 함께 건물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 남겨진 잔해만이 그 자리에 건물이 존재했었음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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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이 기점인지는 모른다. 배트맨은 언제나 모든 이를 경계했다. 그는 정이 많지만 겁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상처받은 고양이처럼 행동했다. 자신을 보여주지 않고 자신의 주변에 사람을 두지 않았다.

데미안은 죽었다. 나머지 울새들은 조커나 다른 빌런들의 계략에 의해 둥지를 떠났다. 두 번째 겪는 로빈의 죽음은 배트맨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더구나 그 로빈은 그의 친아들이었다. 배트맨은 반 미친 상태로 데미안을 살리고자 했고 그로 인해 리그와 척을 지게 되었다. 그를 이해하여 준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그의 곁에 있어주진 않았다. 그것은 배트맨을 병들게 했다. 평소의 그라면 하지 않을 몸싸움으로 자신의 상처를 키웠다. 완벽하게 분석되지 않은 현장에 뛰어들었다. 마치 로빈의 죽음이 제 탓인 듯 자신을 학대하며 몸을 혹사 시켰다. 결국 그는 쓸쓸히 홀로 죽어갔다.


 

배트맨의 죽음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그의 오랜 부제를 이상하게 여긴 알프레드가 안절부절 걱정하다 결국 저스티스 리그에 의뢰를 했다. 그리고 싸늘하게 식어 썩어가고 있는 그를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발견했다. 무너진 잔해를 치우자 부서진 건물 잔해에 짓눌려버린 그와 한손이 닿을만한 거리에 있던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는 그의 배트폰은 그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를 대변해줬다. 원더우먼과 슈퍼맨은 그 의미를 모를 만큼 둔하지 않았다. 그들은 차마 말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못한 채 하염없이 그 현장을 바라보았다. 최고의 탐정이며 리그의 든든한 기둥이자 두뇌였던 배트맨의 마지막은 처참했다. 그들은 아무말 없이 그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리고 배트맨의 부고는 그의 다른 신분은 브루스 웨인의 부고가 되어 히어로들에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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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소리가 울리는 고담 웨인가의 무덤에는 한 무리에 사람들이 있었다. 브루스 웨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인사들이다. 그들 중에는 평범하게 위장했지만 그들은 다른 이들에게 영응이라고 불리 우는 이들도 있었다. 와치타워에서 보던 익숙한 얼굴들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들과 함께했던 한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박쥐, 절대 죽을 것 같지 않았던 이였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허무했다. 그는 다른 이들처럼 초능력을 가지진 않았었다. 하지만 그의 이성과 지략 그리고 재치는 어느 상황이던 그를 초인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랬던 그이기에 그의 죽음이 영웅들은 믿기지 않았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죽은 자에게 안식이 있게 하소서.


장례식을 주도하는 신부의 마지막 말과 함께 배트맨, 아니 브루스 웨인의 시신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옆에 묻혔다. 마지막 의식을 끝으로 사람들이 한명 두 명씩 사라져갔다. 점차 사라지고 남은 이는 그의 양자인 아이들과 영웅들뿐이었다. 그들은 그의 죽음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젠장, 당신은 끝까지 나를 실망시키는군요. 브루스

늙은이 주제에... 멍청하기는 ...”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브루스 웨인의 세 명의 아들은 아직도 그를 원망했다. 그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슬픈 감정보다는 원망스러운 감정이 앞섰다. 그 때문일까? 그들의 표정은 한없이 잔인하고 차가웠다. 지독히  브루스가 원망스럽다는 듯이 말이다.


역시 민간인은 민간일 뿐이었나.”

뱃츠.....”


리그의 남자 히어로들도 그의 아들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배트맨의 밀어내기에 밀려났던 것이다. 그의 죽음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조용하지만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다이애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입을 연 그녀의 말은 날이 잘 갈린 칼날처럼 날카롭고 한겨울 바람보다 차가웠다.


당신들이 그에 대해서 뭘 안다는 것이지?”


그녀의 한마디에 그를 원망하던 이들의 시선이 다이애나를 향해 모아졌다. 다이애나의 표정은 그 어느때 보다 차가웠다. 그리고 잔잔한 살기마저 비웃음처럼 입가에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쳐다보는 이들은 한명씩 날카롭게 쳐다보고 말을 이어갔다.


당신들은 그를 원망할 자격 없습니다.”


그녀의 차가운 한마디에 발끈한 한 명이 비아냥거리며 외쳤다.


원망할 이유가 없다고? 어이가 없군. 그가 우리에게 한 행동을 생각해봤나? 그는 우리에게서 자신을 철저히 떨어트렸어. 밀어버리고 실망감마저 줬지. 그리고 마지막까지 혼자 사라지는데 그를 원망할 이유가 없다고?”


다이애나는 그 말을 한 이를 마치 씹어 먹을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시선에 뒤이어 다른 여성 히어로들도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말한 이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다이애나는 그들을 쳐다보며 딱딱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그가 실망감을 줬다고. 그래? 하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 항상 우리를 위해줬지. 그는 따듯한 사람이었어. 무뚝뚝하지만 말없이 자신이 주는 선물에 하나하나 다른 의미를 담는 사람이었다. 우린 그런 사람을 잃은 거다.”


다이애나와 여성 히어로들은 그들만 알고 있었던 비밀을 남성히어로들와 그의 아이들에게 털어놨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남성히어로들와 아이들은 뒤통수를 방망이로 맞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그제야 배트맨이 미처 직접 말하지 못한 말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저절로 눈시울이 불거지며 눈에서 눈물이 났다. 하나같이 괴로워 죽을듯한 표정이 되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들 눈물을 위로해 줄 이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브루스 웨인의 무덤에는 작은 꽃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것들은 모여 작은 동산을 만들었다. 그렇게 무덤은 작은 꽃동산이 되었다.


리거들은 하야신스(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어요)와 빨강색 카네이션(당신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분홍색 카네이션(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겠어요)을 가져다가 놓았다.

슈퍼맨은 아이리스(당신의 우정은 내게 너무나 많은 의미가 있어요)와 야생 스타티스(생각할수록 그립다)를 가져다가 놓았다.

원더우먼은 용담(애수)와 스위트피(사랑스러운 시간 너무나 고마웠어요)를 가져다가 놓았다.

플래시는 일일초(즐거운 추억)와 에델바이스(귀중한 추억)을 가져다가 놓았다.

그린랜턴은 세이지(존경)와 백일홍(이별한 친구에 대한 회상)을 가져다가 놓았다.

아쿠아맨은 지니아(당신의 부재를 애도합니다)를 가져다가 놓았다,

그의 아이들은 안개꽃(영원한 사랑)과 월계수 잎(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으리)을 가져다가 놓았다.


오늘도 여전히 웨인 사유지 공동묘지에 있는 작은 꽃동산은 미처 말하지 못한 말들을 머금고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속삭인다. 이미 떠나가버린 그가 그 속삭임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남은 자들의 대답은 그렇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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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도 끝까지 썼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1,2편쓰고 '그냥 담에 써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달아주신 댓글이 감사해서라도 빨리 쓰고싶었어요. ㅎㅎㅎ

새드엔딩 인건 원본이..... 새듭니다 ㅠㅜ <개인적으로 죽이고 싶..... ㅈㅅ>

그럼 다음에는 제가 짠 소설로 들고 올께요!!!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사담이지만 혹시 이거 복사되나요? 님들도? 방지 했는데 안 되네요 ㅠㅜ 개인소설 올릴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ㅜㅡ 우쩌죠?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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